25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3일간 열리는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 사이에서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고물가 시대로의 전환 과정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저물가 시대를 지탱해온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과 상품 공급이 어려워지면서다. 이는 곧 연준 등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행보를 단기간에 끝내지 못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조적인 저성장·고물가 시대라는 새로운 현실에 대한 논의가 잭슨홀 미팅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경제학자, 시장 전문가 등이 모이는 경제 심포지엄으로, 올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다.
구조적 고물가론은 올 상반기부터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경제정책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는 이전과는 다른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우리가 맞이할 환경이 과거와 상당히 비슷할지, 조금만 유사한 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수요가 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오히려 공급이 막힌 현실을 우회적으로 짚은 발언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당시 “저물가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더욱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자국 또는 동맹 중심의 공급망 구축이 확산되는 세계적인 흐름은 ‘저물가 시대 종언론’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세계화가 뒷걸음치면서 각국의 원자재나 상품을 저렴하게 수급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공급 쇼크에 기름을 부었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학계와 월가에서도 같은 우려가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적은 보수를 받고 일하던 이들도 이제 그런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되면서 값싼 노동력이 무한히 공급되는 시대가 끝난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니온인베스트먼트의 거시전략헤드 마이클 허줌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이어지던 저물가 구조 자체가 뒤바뀌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물가보다 성장을 고려해 금리를 덜 올린다면 이는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현상이라면 연준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슐러파이낸셜의 글렌 카펠로는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공급망을 재건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구조적 문제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연준이 금리로 싸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파월 의장이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과잉 대응이 낫다’는 식의 ‘매파’ 의지를 강조하며 통화 긴축으로 물가와의 싸움을 이어갈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일부 위원은 경제에 필요한 수준보다 과도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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